
편지수 기자
2026년 2월 9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유령 코인' 논란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빗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이 유례없는 방식으로 불어나 고객들에게 지급됐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부실한 시스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보유량 175개 불과...위탁 수량의 15배 '유령 코인' 논란-
9일 빗썸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후 7시쯤 '랜덤박스' 이벤트 참여자 695명에게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빗썸 마케팅 담당자는 1인당 2000원을 지급하려고 했으나, 단위를 잘못 설정하면서 2000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이렇게 지급된 비트코인은 약 62만개다. 당시 시세를 기준으로 약 60조원 규모다.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2100만)개의 3%에 달하는 수량이다.
문제는 빗썸의 실제 보유량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175개다. 회원에게서 위탁받아 보관 중일 뿐, 실제로 빗썸이 사용할 수 없는 수량까지 확대해도 4만2619개 불과하다.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수량이다.
존재하지 않는 '유령 코인'이 이용자들에게 지급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출금이 불가능한 장부상의 비트코인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일부 수량은 실제로 원화마켓에서 매도되기까지 했다. 빗썸은 오지급 계정을 즉각 동결 조치했지만 이미 수많은 비트코인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 뒤였다.
오지급 직후 비트코인은 8117만원까지 하락했다. 당시 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약 9700만~98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됐던 것을 고려하면, 빗썸에서 수많은 물량이 풀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셈이다.
이날 비트코인 거래량 역시 평균적으로 100~200개 사이를 오갔으나, 7시 30분 기준으로는 약 2590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거래됐다.
-"'유령 잔고' 지급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원인"-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지난 2018년 발생한 삼성증권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금으로 주당 1000원씩 지급하려다 실수로 1000주씩 지급했다. 잘못 지급된 주식은 약 112조6985억원에 달했으며, 일부 직원들이 실제로 매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빗썸에서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은 빗썸 내부에서만 매도됐고, 외부 거래소나 지갑으로 출금되지는 않았다.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짜 비트코인'이었기 때문이다.
'유령 코인'의 존재가 가능한 이유는 중앙화 거래소(CEX)의 시스템 때문이다. 중앙화 거래소는 내부 데이터베이스(DB)상 장부상에서 잔고를 조정한 후, 고객이 가상자산을 개인 지갑이나 타 거래소 계좌로 옮길 때 지갑에서 출금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령 코인'을 방지하기 위해, 타 거래소들은 관련된 장치를 만들고 있다. 업비트의 경우 2017년부터 존재하지 않는 가상자산 지급을 막을 수 있도록 이중으로 장치를 마련했다.
업비트는 실제로 핫월렛에서 보관하고 있는 가상자산만 지급하도록 설계했으며, 이벤트 지급을 위한 계정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또한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업비트 서비스상 수량'와 '블록체인상 수량'이 일치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코인원은 고객 자산 이동이 수반되는 모든 절차에 대해 검증, 승인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급 과정에서의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고 고객 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내부 통제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빗은 이중원장(이중장부) 방식을 적용 중이다. 모든 거래 시 출금과 입금이 쌍을 이루어야만 기록이 되므로 오지급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구조다. 이벤트 보상 지급 시에는 코빗의 이벤트 지급용 계정의 잔고에서 출금되며, 온체인 상 잔고와 DB 상 보유 잔고를 대사하고 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데이터베이스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건 맞지만, 그건 고객들끼리의 가상자산 거래일 경우"라면서 "아예 보유하지 않는 물량을 장부상으로라도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